생태계의 가위바위보

사람들이 흔히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이 있죠. 가위, 바위, 보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자연계에도 가위바위보와 같은 관계가 있습니다.


대장균 중에는 독소를 만드는 대장균㈎이 있습니다. ㈎는 자신의 독에 죽지 않기 위해 해독제도 같이 만듧니다. 이들은 두 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야 하기에 번식속도는 가장 느립니다.

독소는 만들지 못하지만 해독제를 만드는 대장균㈏도 있습니다. 이들은 ㈎보다는 번식이 빠릅니다.

마지막으로 독소도 해독제도 만들지 않는 대장균㈐도 있습니다. 이들은 오로지 번식에만 온 힘을 쏟으므로 번식속도는 가장 빠릅니다.

㈎와 ㈐가 만난다면 ㈐는 ㈎의 독소에 의해 죽고 그자리에 ㈎가 번식합니다.

㈎와 ㈏가 만난다면 ㈎의 독이 아무 효과가 없기에 번식속도가 빠른 ㈏가 우세를 점합니다.

㈏와 ㈐가 만난다면 이번에는 ㈐가 번식속도로 B를 누를 수 있습니다. 즉 ㈎, ㈏, ㈐는 가위바위보와 같이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간단하게 이 세 박테리아를 시뮬레이션해보면 이런 결과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잠식하고 잠식당하면서도 이 세 박테리아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 뿐이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Uta stansvuriana라는 작은 도마뱀이 있습니다. 하나의 종이지만 이 도마뱀의 수컷에는 세가지 변종이 존재합니다.

주황색 수컷은 폭군입니다. 강한 힘을 가지고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으며 많은 암컷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파랑색 수컷은 다정합니다. 힘은 세지 않지만 넓지 않은 영토를 차지하고 암컷도 한마리만 데리고 있습니다.

노란색 수컷은 작고 힘이 약합니다. 얼핏 보면 암컷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들 사이의 우열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주황색과 파란색이 만난다면, 주황색은 파란색을 내쫓고 파란색이 데리고 있던 암컷을 차지합니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만난다면 파란색은 무력한 노란색을 쉽게 내쫓습니다.

주황색과 노란색이 만난다면, 주황색은 자기가 거느리는 수많은 암컷들을 일일이 관리하지 못하고 노란색도 자신의 암컷으로 착각해 버립니다. 그 사이에 노란색은 주황색이 거느린 암컷과 몰래 짝짓기를 할 수 있습니다.

주황색이 파란색을 내쫓고 암컷을 많이 차지해 주황색이 대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몰래 숨어들어온 노란색에 의해 노란색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노란색은 파란색에게 쫓겨나며 파란색이 대세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대장균의 경우와 같이 세 변종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죠.


가위바위보는 3가지가 있지만 변종도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트레키(스타트렉 팬)들이 스팍과 도마뱀인간을 추가하여 5가지 가위바위보를 만들었죠.

그뿐 아니라 이런 여러가지 가위바위보가 (실용성은 없지만) 존재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가위바위보의 공통점이 있죠. 모두 홀수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길 수 있는 것과 지는 것이 동수라는 것입니다. 스타트렉 가위바위보는 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가 이기는것 2개, 지는것 2개가 존재합니다. 마지막 15개의 가위바위보 역시 이기는것 7개, 지는것 7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연 자연계에서도 이런 가위바위보가 존재할까요?

5개, 7개의 종이 이기고 지는 관계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5개, 7개의 종이 공존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그런데 정말로 이런 홀수개의 종만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11개의 종(물론 이기는것 5개, 지는것 5개)을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습니다.



11개의 종 중에 6개종이 전멸, 5개종으로 안정화되었습니다. 여러번 실행해 봐도 안정화되는 것은 9개종, 7개종, 또는 5개종 등 홀수개의 종 중에서 가위바위보 관계가 유지되는 것들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가위바위보 관계에 있는 홀수개의 종만이 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여기서 11개종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공간의 문제죠. 저 공간이 11개의 종을 모두 유지하기에는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 넓이를 대폭 늘린다면 더 많은 종들(물론 가위바위보 관계에 있는)도 공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가위바위보 이론만으로 생태계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 생태계에는 박테리아들까지 무수히 많은 종들이 있으며, 저런 경쟁관계뿐 아니라 공생관계도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종들 사이의 우열관계로 인해 몇몇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종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물고 물리는 관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 2개:

  1. 얼씨구..
    빠진고리 더 찾으면 믿을께
    지금의 화석보다 빠진고리가 더 나와야지..
    내부부터 썩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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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빠진고리 아니면 할 말 없으시죠?ㅎㅎ
      뭐 빠진고리 보여줘 봐야 이해 못하시겠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서...
      https://chamsol4.blogspot.com/search?q=%EC%A4%91%EA%B0%84%ED%99%94%EC%84%9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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