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로봇의 날개

지난 글에서 날개의 기원에 대해 현재까지 밝혀진 몇 가지 가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생물학과는 전혀 관련없는 분야에서 '날개의 진화'를 뒷받침할 만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Winged Robots Hint at the Origins of Flight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공학자, 로날드 피어링(Ronald Fearing)과 케빈 피터슨(Kevin Peterson)은 DASH(Dynamic Autonomous Sprawled Hexapod)라는 작은 곤충형 로봇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작은 곤충로봇이 속도도 느리고 경사로를 오르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죠.


문제해결의 한가지 방법으로 이 곤충에 날개를 달아 봤습니다. 여러가지 형태의 날개를 달아 시험해본 결과, '펄럭이는 날개(a pair of flapping wings)를 달아줬을 때 가장 높은 주행성과 경사등반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한 활공능력까지 대폭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결과논문).

또한, 펄럭이는 날개를 달았을 때도 비행에 필요한 만큼 속력이 오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지상설보다는 수상설(나무 위에서의 활공을 먼저 시작)에 힘을 실어주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로봇이 아닌 새의 조상의 경우에는 달리는 속도가 더 빨랐을 가능성이 있기에 지상설을 폐기해 버리기에는 이르죠. 오히려 새의 조상의 경우에는 강력한 앞발근육으로 날개(깃털 뭉치)를 휘저을 수 있기에 더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상은 여러가지 종류의 날개를 달고 달리는 로봇의 모습입니다. 여기에서도 나타나지만, 펄럭이지 않는 날개 - 곤충의 늘어진 외피 등 - 도 약간이지만 속도증가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50%의 날개(짧은 깃털로 덮인, 날지 못하는 새의 날개)나 20%의 날개(흔들지도 못하는 곤충의 외피조각)도 달리기를 도와줄 수 있다는 - 자연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 말이 됩니다
.
좀 더 다양한 실험(여러가지 크기와 모양의 날개를 여러가지 부위에 붙인 실험)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쨋든 날개의 기원(특히나 곤충날개의 기원)에 대한 한가지 근거가 될 만한 실험으로 보입니다.

물론 창조론자들의 눈에는 '그렇군, 그래서 창조자는 곤충에게 날개를 달아줬군'으로 보이겠지만 말입니다.

진화론 이야기 - 틱타알릭과 최초의 발자국

最古의 네발동물 발자국화석 발견
[과학] 네발 동물 상륙 생각보다 일러

현재 발견된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화석 틱타알릭보다 자그마치 3000만년 전에 이미 네발동물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는 뉴스입니다. 그와 함께 "이는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들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것"이라는 학자의 말을 침소봉대하여 틱타알릭을 중간화석의 위치에서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죠.
그들은  육상으로의 진출을 다음과 같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류 → 틱타알릭 → 양서류

 그러면서 그들은 진화론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완벽하게 이해한 진화론에 따르면 틱타알릭 이전에 네발동물의 발자국이 찍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거기에 틀린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해져서 틱타알릭을 제거하기 위해 삽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 틱타알릭 이전의 발자국
먼저 틱타알릭을 발견한 닐 슈빈 박사 자신이 틱타알릭이 양서류의 직계조상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내 안의 물고기). 단지 어류가 양서류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리달린 물고기와 같은 형태의 중간종'을 거쳤을 것이라 판단했고, 실제로 그와 같은 화석(틱타알릭)을 찾았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죠.
앞서 올렸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진화는 절대로 저렇게 단순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가지치기(종분화)와 계속되는 멸종을 통해 진화가 일어납니다. 만약 창조론자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진화가 단순하게 일어난다면 수많은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을 분류하기 위해 그렇게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진화론자들이 실제로 설명하는 어류에서 양서류로의 진화과정을 간단하게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틱타알릭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틱타알릭류*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종분화와 멸종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그들 중 하나가 양서류로 진화하고 나머지는 도태된 것이죠.
저 그림에서 볼때 틱타알릭은 양서류의 선조가 아니라,틱타알릭류들 중 한 종(種 species)일뿐입니다. 또한 윗 기사에서 말하는 발자국 화석 역시 틱타알릭 이전에 나타났던 틱타알릭류 동물의 발자국입니다.

㉯ "이는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들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것"
수생동물의 상륙에 관한 모든 가설이 뭔지 먼저 살펴봐야겠죠.
1. 뭍으로의 진출은 3억 6천만년 전에 이루어졌다.
2. 뭍으로의 진출은 얕은 시냇가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발자국 화석의 발견으로 위의 가설들은 모두 날아가버립니다. 그대신 다음과 같은 새로운 가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1. 뭍으로의 진출은 3억 9천만년 전에 시작되었다.
2. 뭍으로의 진출은 얕은 바닷가에서도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들이 이 새로운 가설에 제대로 맞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육상생물로의 진화 자체가 날아간 것은 아닙니다.

혹시 [육상생물로의 진화 자체가 날아간 것은 아닙니다.]이 말에 반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발자국 화석으로 날아간 가설'에는 위에서 제시한 것 이외에 어떤 것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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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타알릭류란 정식 학술용어가 아니라 제가 설명하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그 당시 존재하던 틱타알릭처럼, 지느러미가 다리처럼 발달된 물고기들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