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자를 모욕하는 행위 - Vitamin C

15~16세기 유럽에서는 소위 '대항해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먼바다에 나가면 길을 잃기 쉬웠기에 연안으로만 다녔지만, 항해기술과 측량기술의 발달로 인해 15세기에는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 나는 특산물, 특히 인도나 동남아지역의 후추, 정향, 육두구 등을 얻기 위해 몇달에서 몇년에 걸친 항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뱃사람들은 많은 수가 괴혈병(scurvy)으로 고통받았습니다.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있으면 무력감과 함께 잇몸이 헐고 이가 빠지며 고통 속에서 죽게 됩니다.
그 당시 괴혈병의 원인은 몰랐지만, 괴혈병을 어떻게 피하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레몬즙을 먹으면 되었거든요. 다만 '신맛'이 괴혈병을 막는 줄 알고 식초를 먹이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만.(출처)


지금이야 괴혈병의 원인은 왼쪽 그림과 같은 비타민 C였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비타민 C는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거의 모든 동식물들은 스스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없습니다.

원래부터 합성할 수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유전자를 조사해 보면, 비타민 C를 합성하는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유전자는 손상되어 있기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습니다.

'지적설계자'는 과연 인간에게 비타민 C 합성능력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참고로 어떤 창조론자는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노아와 그의 여덟 식구는 배 안에 들어가서 1년 17일을 살았습니다. 그들은 무려 382일을 그 배 안에서 살았는데 한 사람도 죽지 않았습니다. 처음 비타민-C의 발견 동기가 오랜 기간동안 배를 타고 다니는 선원들에게서 생긴 괴혈병에서부터라고 했는데, 노아와 그 가족들은 무려 1년 17일 동안 배에 있었는데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때까지는 하나님께서 맨 처음에 지어 놓으신 창조 당시의 모습대로 사람이 비타민-C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타민-C를 따로 먹지 않아도 괴혈병에 걸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홍수 사건이 일어난 후에 바벨탑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 바벨탑 사건은 사람들이 하나님과 똑같아지려고 하는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사건 이후 사람들의 언어가 다 다르게 만드셨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징계를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유전자를 다시 조작하셨는데, 바로 그 비타민-C를 간에서 합성하지 못하게 하신 것입니다.

사실 성경에는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인류가 맨 처음에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비타민-C를 합성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추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간 속에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었다는 흔적을 알아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유전자가 과연 얼마나 됐는가를 방사선 동위원소로 추적한 결과 약 5,000년 전에 그 유전자의 기능을 잃게 된 것 같다고 추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바벨탑 사건이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에서 5,0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인데, 하나님을 모르는 과학자들이 추정한 것과 그 시기가 너무나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타민 C를 합성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닙니다. 일부 영장류들과 기니피그, 인도과일박쥐들도 비타민 C를 합성하는 유전자가 손상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고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사람들이 먼바다로 나가기 시작한 때였습니다.죄를 지었는데, 그 벌은 4000년 후에 받는다? 괴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아, 나는 바벨탑 때문에 벌을 받는구나'라고 깨달을까요? 실제로 사람들이 괴혈병으로 죽어갈 당시 '바벨탑의 징벌'이라고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받는지 모르는 벌은 벌이 아니라 고문일 뿐이죠.


진화론적으로는, 이것은 창조론자들이 흔히 말하는 '나쁜 돌연변이'입니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는데, 하필이면 생존에 필수적인 비타민 C를 합성하는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이 돌연변이가 생긴 개체는 괴혈병에 걸려 도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때 그들의 주식은 초식이었습니다. 영장류나 인도과일박쥐는 과일에서, 기니피그는 풀에서 비타민 C를 섭취할 수 있었죠. 그때문에 '자연선택'이 이 결함을 걸러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즉 '나쁜 돌연변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랄까요.

뱀발 : 위에서 인용한 '창조론자'는 의학교수입니다. 이전 게시물을 참조하면, 혹시나 의학교수가 비타민과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잘못된 권위'냐는 물음이 들어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권위를 가질수 있는 의학교수의 유전자 이야기에 제가 감히 딴지를 거는 것은, 그 내용이 '의학의 권위'가 아닌 '성경의 권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영역에서야 성경의 권위가 태산보다 무겁겠지만, 과학의 영역에서 성경의 권위는 이솝이야기의 권위와 같습니다. 즉 성경이 진실이라고 주장한다면, 이솝이야기에서처럼 토끼와 여우 등이 서로 대화하는 것도 진실이라고 주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저 홈페이지에는 유전자가 망가진 것이 약 5000년 전으로 밝혀졌다고 했는데 실제로 유전자가 망가진 것은 약 5000년 전(출처)이기 때문에 저는 마음놓고 저 의학교수의 권위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