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헉슬리(Thomas Henry Huxley)는 공룡 중에서도 특히 소형 육식공룡과 조류와의 유사성을 지적했으며 또한 랩터류 공룡들에게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공룡과 조류간의 진화경로는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공룡의 발톱달린 앞발이 어떻게 발가락조차 없는 날개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몇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1. 지상설(地上說)
육식공룡들은 대부분 뒷발로 걷습니다. 그러므로 앞발은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방향을 바꿀 때 중심을 잡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그런데 앞다리에 긴 깃털이 무성할수록 중심을 잡기가 수월합니다(우리나라에서 줄타기하는 사람들이 부채를 휘두르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긴 깃털이 난 팔을 휘두른다면 뒷쪽으로 기류가 발생해서 달리는 속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점점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저 깃털이 난 팔로 짧은 거리의 활공이 가능해지고 활공거리가 점차 길어지다가 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지상설입니다.
지상설은 아래 그림(출처)과 같은 시조새를 분석하면서 만들어진 가설입니다. 현재의 새와는 달리 긴 꼬리와 강한 다리 등 난다기보다는 달리기에 좀더 적당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수상설(樹上說)
그런데 2005년 중국에서 날개가 4개 달린 공룡이 발견됩니다. 미크로랍토르(Microraptor)라 이름붙여진 이 공룡은 아래 그림(출처)처럼 앞다리뿐 아니라 뒷다리에도 깃털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빠르게 달릴 수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신 참새나 딱다구리같이 길고 굽은 발톱을 가지고 나무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리라 추정되는 공룡입니다.즉 이들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닐때 팔과 다리에 난 깃털을 이용하다가 점차 먼 거리를 뛸 수 있게 되고 결국 날 수 있게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수상설과 지상설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할까요?
3. 비탈등반설(ontogenetic-transitional wing hypothesis)
2003년 미국의 케네스 다이얼(Kenneth Dial) 박사는 알에서 갓 깬 바위자고새에 주목하였습니다. 바위자고새의 새끼는 알에서 깨자마자 걸어다닐 수 있습니다. 아직 날 수는 없지만 날개를 보조동력원으로 사용하여 비탈을 오를 수 있습니다. 날개의 힘이 점점 강해짐에 따라 점점 가파른 비탈을 오를 뿐 아니라 결국에는 오버행(경사가 90도가 넘는 비탈)까지 넘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날아오를 수 있게 됩니다.
다이얼박사는 날개의 진화가 이 바위자고새 날개의 발생과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내었습니다.
왼쪽 그림은 카우딥테릭스(Caudipterix)라고 하는 공룡입니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날기에는 초라한 작은 날개를 가지고 있죠.
이 날개로 지상설에서처럼 달릴 때의 보조동력(지상설) 뿐 아니라 바위자고새 새끼와 같이 사용해서 나무도 오를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수상설). 즉 앞에서 나온 두가지 가설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가설이 생긴 것이죠.
위에서 소개한 세가지는 아직까지는 '가설'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증거가 쌓여야 셋 중에서 어느 것이 정설이 될지(아니면 제 4의 가설이 정설이 될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믿을 수 없는 생물진화론(기타무라 유이치北村雄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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