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이야기 - 우수한 형질은 반드시 진화한다?

한무리의 생물들이 있습니다. 이들 생물들이 번식하면서 아주 작은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이 돌연변이들 중에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깁니다. 즉 환경에 적합한 돌연변이가 무리 전체에 퍼집니다.
반면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이들에 진화가 일어납니다.

즉 적합하지 않은 돌연변이는 도태하고 적합한 돌연변이들만이 남아 진화를 이룬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100% 맞는 말일까요?
만약 이 말이 맞다면, 돌연변이로 인해 망가진 사람의 비타민 C 유전자는 어떻게 도태되지 않고 남아 비타민 C를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진화가 일어난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인데, 진화란 주사위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즉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확률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위에서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깁니다라고 했는데, 사실은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가 맞습니다.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이것 역시 정확히는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가 맞죠.

무슨 소리냐구요?

한무리의 동물들 사이에서 투시력(clairvoyance)을 가진 돌연변이(A)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이 A는 엄청난 이점을 지니게 되었군요. 숨어있는 먹이, 숨어있는 천적 등을 쉽게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 돌연변이가 무리 전체로 퍼져나가면 이들 무리 전체가 투시력을 가지는 진화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하필 화산지대 옆이었습니다. 그리고 A가 하필 화산 바로 옆에 있을때 화산이 폭발해 버렸네요. 쏟아지는 용암과 화산재에 휩쓸려 A는 제대로 번식도 하기 전에 죽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투시력을 가진, 엄청나게 적합한 돌연변이가 도태되어 버렸네요.


한편으로는 간에 있는 비타민 C 생성 유전자가 파괴되는 돌연변이(a)가 일어났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그들의 먹이는 과일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a도 당장 도태되지 않고 일부 수를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a들이 화산과 멀리 있을때 화산이 엄청 크게 터져 버렸습니다.



결국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a만 남고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어 원래는 도태되어야 할 부적합한 돌연변이가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진 않습니다. 주사위 게임으로 말하자면 적합한 유전자는 여러번 연속헤서 1의 눈이 나와야 도태될 수 있습니다. 부적합한 유전자는 여러번 연속해서 6의 눈이 나와야 진화될 수 있는 것이죠.

즉, 적합한 유전자가 도태되는 것, 부적합한 유전자가 번성하는 것 역시 (작은 확률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