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우연히 이런 짤방을 본 일이 있습니다.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유시민씨가 이런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있었을지는 몰랐네요. 하긴 그분은 이과가 아니라 경제학과 전공이니 저런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죠.
사실 저도 저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기서 정재승박사가 뭐라고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런 의문은 달착륙 음모론자들이 흔히들 제기하는 의문이기도 합니다.
지구를 탈출한 아폴로 11호는 새턴 로켓을 사용했습니다. 새턴 로켓은 1단의 무게만 해도 연료포함 2300톤입니다. 그렇다면 중력이 1/6인 달에서 이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83톤의 로켓에다가 2단, 3단에 해당하는 다른 로켓이 더 필요할 것이다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달에 착륙한 달착륙선(이글)의 무게는 14.6톤에 불과합니다. 지구에서 탈출하기 위해 2300톤에 달하는 로켓과 연료가 필요했는데, 아무리 1/6의 중력을 가진 달에서 14.6톤의 연료와 로켓으로 탈출할 수 있을지 의심을 가질 수도 있겠죠.
잠깐 시야를 바꿔 이런 것을 생각해 봅시다.
어느 작은 상단이 사막을 건널 일이 생겼다.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하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낙타 한마리를 구해서 그들(상단윈 + 낙타 한마리)이 하루동안 먹을 물과 먹거리를 싣기로 했다. 그 물과 먹거리는 낙타 한마리에 빠듯하게 실을 수 있었다. 그 낙타를 끌고 그들은 무사히 사막을 건널 수 있었다. 며칠후 이 상단은 좀더 큰 사막 - 건너는데 엿새가 걸리는 사막을 건너게 되었다. 상단장은 상단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명령했다. "지난번에 사막을 하루 건너는데 낙타 한마리에 식량을 싣고 갔었다. 이번에는 엿새니 낙타 여섯마리면 충분히 건널 수 있겠군. 빨리 나가서 낙타 여섯마리를 구해오라." |
이 상단은 엿새에 걸쳐 사막을 건널 수 있을까요? 건널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낙타 한마리에 실을 수 있는 양은 [상단원 + 낙타 한마리가 하루동안]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러므로 낙타 여섯마리에 짐을 싣는다면 그 양은 [상단원 + 낙타 한마리가 엿새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 됩니다. 낙타 다섯마리는 하루 지나서 굶어죽을테고, 상단원들은 남은 낙타 한마리에 하루치 먹거리를 싣고 다시 되돌아와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엿새동안 사막을 건너려면 낙타 몇마리가 필요할까요?
이를테면 상단이 하루에 먹을 먹거리가 40kg, 낙타 한마리가 하루에 필요한 먹거리 10kg, 낙타 한마리가 50kg의 짐을 질 수 있다고 해 봅시다. 낙타가 여행중 먹을 먹거리는 낙타 자신이 싣는다고 한다면, 하루길은
낙타 한마리 하루 먹이 | 10kg |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 | 50kg - 10kg = 40kg |
상단 하루 먹거리 | 40kg |
필요한 낙타 | 40kg / 40kg = 1 |
와 같이 낙타 한마리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틀길은
낙타 한마리 이틀 먹이 | 10kg * 2 = 20kg |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 | 50kg - 20kg = 30kg |
상단 이틀 먹거리 | 40kg * 2 = 80kg |
필요한 낙타 | 80kg / 30kg = 2.6666 |
즉, 낙타 3마리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나흘 걸리는 길이라면
낙타 한마리 나흘 먹이 | 10kg * 4 = 40kg |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 | 50kg - 40kg = 10kg |
상단 나흘 먹거리 | 40kg * 4 = 160kg |
필요한 낙타 | 160kg / 10kg = 16 |
4마리가 아니라 16마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낙타 자체의 먹이 때문에, 사막이 넓어질수록 필요한 먹이가 증가하고, 낙타의 먹이를 나르기 위한 낙타도 증가하므로 필요한 낙타 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마찬가지로 엔진 자체의 무게 때문에, 중력이 커질수록 필요한 연료량이 증가하고 연료의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엔진의 크기(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죠. 하루길에 낙타 한마리지만 나흘길에는 낙타 네마리가 아니라 16마리가 필요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만약 닷새가 걸리는 사막이라면 어떨까요?
낙타 한마리 닷새 먹이 | 10kg * 5 = 50kg |
낙타 한마리 여유용량 | 50kg - 50kg = 0kg |
상단 닷새 먹거리 | 40kg * 5 = 200kg |
필요한 낙타 | 200kg / 0kg = ∞ |
낙타 한마리에 실을 수 있는 양은 낙타 자신이 닷새간 먹을 수 있는 양이기에 상단원의 먹거리를 실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무리 많은 낙타를 모아도 사막을 건널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위 예제에서 엿새가 걸리는 사막을 지날 방법은 없을까요?
낙타 12마리에 먹거리를 가득 싣고 출발했다고 합시다.
하루동안 소모된 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을 수 있는 양 | 50kg * 12 = 600kg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12 = 120kg |
총 소모량 | 40kg + 120kg = 160kg |
남은 양 | 600kg - 160kg = 440kg |
필요한 낙타수 | 440kg / 50kg = 8.8 |
하루동안 상단과 낙타가 160kg을 소모하고 440kg이 남습니다. 이 440kg을 싣기 위해 12마리의 낙타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죠. 9마리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낙타 세마리는(굶어죽든 오아시스를 찾아가든 상관말고)버리고 9마리에 남은 짐을 채우고 길을 출발합니다.
이틀째
남은양 | 440kg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9 = 90kg |
총 소모량 | 40kg + 90kg = 130kg |
남은 양 | 440kg - 130kg = 310kg |
필요한 낙타수 | 310kg / 50kg = 6.2 |
마찬가지로 상단과 낙타 9마리가 130kg의 먹거리를 소모하고 310kg이 남습니다. 이 310kg의 짐은 낙타 7마리면 충분하죠. 다시 두마리를 버립니다.
사흘째
남은양 | 310kg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7 = 70kg |
총 소모량 | 40kg + 70kg = 110kg |
남은 양 | 310kg - 110kg = 200kg |
필요한 낙타수 | 200kg / 50kg = 4 |
나흘째
남은양 | 200kg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4 = 40kg |
총 소모량 | 40kg + 40kg = 80kg |
남은 양 | 200kg - 80kg = 120kg |
필요한 낙타수 | 120kg / 50kg = 2.4 |
닷새째
남은양 | 120kg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3 = 30kg |
총 소모량 | 40kg + 30kg = 70kg |
남은 양 | 120kg - 70kg = 50kg |
필요한 낙타수 | 50kg / 50kg = 1 |
엿새째
남은양 | 50 |
상단 소모량 | 40kg |
낙타 소모량 | 10kg * 1 = 10kg |
총 소모량 | 40kg + 10kg = 50kg |
남은 양 | 50kg - 50kg = 0kg |
필요한 낙타수 | 0kg / 50kg = 0 |
즉 낙타 12마리를 데리고 출발해서 매일 필요없는 낙타를 버린다면 엿새째 마지막 식사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에서 탈출하는 데도 이런 식의 여행을 합니다. 달에서 출발할 때의 6배의 연료와 로켓이 아니라, 수십배 크기의 로켓, 수십배의 엔진으로 출발하고 나서, 필요없어진 로켓을 버리는 다단계 추진으로 지구를 탈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달에서는 지구에서의 1/6 규모의 로켓이 아니라, 지구에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로켓으로도 이륙할 수 있는 것이죠.
* 어쩌다 보니 진화론과 관련없는 글을 올리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