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 이야기 - 대진화와 소진화

종종 대진화와 소진화를 이야기하는 창조론자들이 있습니다.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대진화는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이죠.

사실 '소진화/대진화'는 단순히 '작은진화/큰진화'를 이야기할 뿐 학술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닙니다. 만약 이것이 학술적으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1. 과연 어디까지가 소진화고 어디부터가 대진화일까요?

진화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원래 주장은

진화란 절대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아종(亞種 subspecies) 사이의 진화가 증명되면서 주장이 바뀌게 됩니다. 사실 세인트버나드와 치와와가 같은 종(개)* 이라면 윗 주장을 그대로 하긴 힘들겠죠.

종(species) 안에서의 변화인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종이 변하는 대진화는 절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대진화 - 종이 바뀌는 진화가 관찰됩니다+.
진화론 이야기 - 종의분화, 그리고 고리종
대장균 장기 진화 실험
런던 지하철 모기 종분화
진화론 역사상 최초로 '대진화' 증거 포착#
이에 따라 '창조론자들의 대진화'는 다시한번 말이 바뀌죠.

종류(kind) 안에서의 변화인 소진화는 가능하지만
종류가 변하는 대진화는 절대 불가능하다.

만약 '소진화/대진화'가 제대로된 학술용어라면, 그 경계인 '종류(kind)'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실히 정해야 합니다. 그냥 흔히 말하는 '개 종류', '고양이 종류' 같은 정성적인 분류는 의미가 없죠. 그런 분류법으로는 박쥐도 '새 종류'이고 고래도 '물고기 종류'가 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런데도 창조론자들이나 창조과학회에서는 '종류kind'가 어떤 범위인지 절대로 말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 종류, 고양이 종류, ... 가 있다'는 식으로만 이야기합니다.
이해가 가기도 하는 것이, 바로 위에서처럼 소진화를 '종species을 넘어가는 진화'라고 정의했다가 피를 본 경험이 있으니 말이죠.



2. 만약 경계가 있다면, 그 경계를 넘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테면 진화론 이야기 - 절반의 눈에서도 썼던 것처럼 과학자들은 눈이 생길 수 있는 방법 - 눈이 없는 종(spacies)에서 눈을 가진 종으로의 진화 - 을 설명합니다. 물론 창조론자들은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죠.
문제는, 왜 불가능한지 제대로 설명하는 창조론자들은 없습니다. 오로지 '어떻게 저게 가능하겠냐'라는 비아냥 뿐입니다.

만약 창조론자들이 '소진화/대진화' 논리로 진화론을 반대하겠다면, 둘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지, 그 경계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오로지 '몰라, 몰라, 진화론 틀렸어'일 뿐이죠.




* 치와와와 세인트버나드 사이에는 물리적인 생식장벽이 있을 뿐, 유전적인 생식장벽은 없습니다. 실제로 이들 사이에 인공수정을 시키면 제대로 수정되어 발생을 하게 됩니다.
다만, 암컷이 치와와일 경우에는 너무 커지는 태아 때문에 어미가 죽게 되며, 암컷이 세인트버나드일 경우에는 태아가 너무 작아 저절로 유산이 된다더군요.



+ 이런 종분화 사례를 보여주면 흔히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어차피 똑같은 버들솔새고 똑같은 모기고 똑같은 가재 아니냐, 저것은 그냥 소진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종류(kind)'의 범위를 정의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진화가 관측되든간에 '관측된 진화는 종류(kind) 안에서 변한 소진화'라고 주장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버들솔새는 참새목 솔새과 버들솔새속에 속하는 새들의 총칭입니다.
모기는 파리목 모기하목 모기상과에 속하는 곤충들입니다.
가재 역시 십각목 가재하목에 속하는 절지동물들이죠.
결국 이런 말은 '사람이나 침팬지나 그게 그거 아니냐'보다도 더 어이없는 헛소리입니다.


동물계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사람(종)
동물계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침팬지속 침팬지(종)



# 기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강조를 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진화 증거가 포착된 것이 이 가재가 '진화론 역사상 최초'는 아닙니다. 위에도 있지만 이미 대진화 증거는 수없이 많이 포작되었죠(대진화의 증거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눈길을 끌기 위해) 마구잡이로 제목을 붙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전에 발견되었다던 증거들은 모두 거짓이었군'이란 오해를 주게 됩니다.

진화론 이야기 - 신대륙 원숭이의 색각

삼원색 색각에 대해 조사해 보는 동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신대륙의 짖는원숭이(고함원숭이)를 제외한 다른 원숭이들 중에서도 3원색을 보는 원숭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일부 암컷에서만 말입니다.
어떤 이유로 전체도 아닌 '일부 암컷'에서만 삼원색을 볼 수 있을까요?

진화론 이야기 - 색각의 진화에서 썼듯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들의 색각유전자 중 하나는 상염색체에, 다른 하나는 성염색체에 있습니다. 여기서 성염색체 중 하나의 색각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원숭이(X유전자 2개이므로 암컷)는 상염색체상의 유전자와 함께 3개의 색상을 보는 원숭이가 될 것입니다.
이 원숭이가 새끼를 낳으면 어떤 새끼가 태어날까요?

결국 이 원숭이무리의 유전자는 다음과 같이 분포됩니다.

이와같이 이 원숭이 무리에서 오직 4번 암컷만이 3원색을 보는 암컷이 될 테고 나머지는 2원색만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1,3)번이 보는 세상과 (2,5)번이 보는 세상은 다르겠죠. 1번과 2번 원숭이가 모이면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 : 어? 넌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익은 열매만 골라내냐?
2 : 넌 어떻게 풀숲에 숨어있는 표범을 그렇게 쉽게 찾아내냐?

진화론 이야기 - 색각의 수렴진화

영장류는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남아메리카에 주로 분포합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으로 나뉘어진 양 대륙에 분포하는 것을 보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가 나뉠때 서식지가 나뉘어져 서로 각자 진화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영장류의 한 종(species)인 '사람 sapiens'은 예외죠. 그들은 두 대륙이 나뉜 이후 아프리카대륙에서 진화했지만, 특이하게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태평양을 건너 오스트레일리아로, 그리고 빙하기로 바다가 줄어든 기회에 베링해협을 건너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를 했습니다.

진화론 이야기 - 사인배열(SINE)에서도 언급했었지만, sine 배열 또는 line(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s) 배열을 이용하면 두 종의 진화적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영장류들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다음과 같은 진화계통도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세가지 색으로 표시된 것은 사람처럼 3원색 색각을 가지고 있는 영장류, 두가지 색으로 표시된 것은 2원색 색각을 가진 영장류들입니다. 보시다시피 구대륙(아프리카, 아시아) 영장류들은 모두 3원색 색각을 가지고 있지만 신대륙(아메리카) 영장류들 중에서는 오로지 하나, 짖는원숭이(고함원숭이)뿐입니다.


어떻게 해서 신대륙원숭이들 중에 짖는원숭이만이 삼원색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구대륙원숭이와 짖는원숭이만이 가지고 있는 삼원색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가설이 가능합니다.

첫째, 구대륙원숭이와 짖는원숭이의 공통선조가 3원색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을 제외한 다른 원숭이들은 모두 3원색 시각을 잃었다.


새로운 유전정보가 만들어지기보다는 유전정보를 잃는 것이 쉽다는 면에서는 위와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다만 진화론 이야기 - 색각의 진화에서 보듯 색각의 퇴화는 동굴생활이나 야행성처럼 빛이 없는 곳에서 활동할 경우에 일어납니다. 야행성이 아닌 주행성 원숭이들 사이에서도 색각의 퇴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납득하기가 힘듧니다.

둘째, 구대륙원숭이의 공통조상과 짖는원숭이에게서 똑같은 진화가 일어났다


과연 3원색으로의 진화가 두번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과학자들은, 구대륙원숭이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그들이 3원색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유전자중복의 흔적 - 염기쌍 236개의 흔적 - 을 찾아냈습니다. 마찬가지로 짖는원숭이의 유전자에서도 중복의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그 흔적은 구대륙원숭이에 비해 훨씬 길었습니다.
즉, 구대륙원숭이의 3색각진화와 짖는원숭이의 3색각진화는 서로 다른 사건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구대륙원숭이에 있어서, 중복된 부분에 일어난 돌연변이는 약 5%에 이릅니다. 하지만 짖는원숭이의 변이량은 2%대에 불과하죠. 이것은 구대륙원숭이에 비해 짖는원숭이에 일어난 변이가 훨씬 늦게 일어났다는 증거입니다.

출처 : 한치의 의심도 없는 진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