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고기에서 파리가 생긴다
항아리에서 쥐가 생긴다
흙탕물에서 새우가 생긴다
모두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입니다. 당시는 나름대로 과학적 방법에 의해 만들어진 이론이죠.
17세기 여러가지 관찰에 의해 다세포생물의 자연발생설은 부정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똑같은 고기를, 하나는 천으로 막아 파리의 접근을 막는다면 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죠.
그 이후에도 미생물의 자연발생설은 계속되었지만, 그마저도 19세기 다음과 같은 파스퇴르의 실험에 의해 부정되었습니다.
그 이후 생명체는 생명체로부터 유래한다는 생물속생설(biogenesis)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지금 소위 '창조과학회'에서는 이 생물속생설을 가지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의 고질병이지만, 그들은 진짜 진화론이 아닌 '창조론자들의 진화론'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서는 열심히 두들겨패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진화론은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는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일단 창조론 이야기 - '진화론'의 정의에서 썼던 것처럼 최초의 생명체를 진화론이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진화론(생물학)이 아닌 화학진화(화학)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비록 최초의 생명체를 창조주가 창조했다고 하더라도 진화론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습니다. 진화론은 그 '최초의 생명체'가 현재와 같은 다양한 생물들로 분화한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화학진화는 왼쪽 그림처럼 '무생물에서 최초의 생물이 순식간에 탄생했다'고는 절대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무기물과 생명체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화학진화에서는 이 간극이 깊을 뿐이지, 절대로 건널 수 없는 간극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간극 사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도 알아냈습니다.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무기물에서 저분자유기물(메탄, 에탄올 등)이 되는 과정, 이들이 다시 중합해서 고분자유기물이 되는 과정, 또한 고분자유기물에서 자기복제분자(RNA 등)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미 잘 알려졌습니다. 다만 그 장소가 바다의 원시스프냐 열수공이냐 아니면 우주의 성간물질이냐를 연구중일 뿐이죠.
파스퇴르가 부정한 자연발생설(spontaneous generation)은 완전한 무생물에서 한순간에 완전한 생물이 튀어나온다는 이론일 뿐입니다.
화학진화는 무기물에서 생명체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를 거쳐 서서히 생물체로 변화한다는 이론입니다.
* 과거에는 생물과 무생물을 나누기가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그 경계를 나누기가 너무나 모호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요즘에는 생물과 무생물이 확실하게 구분된 것이 아니라 '무생물 - 약한 생명성 - 강한 생명성 - 생명체'의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