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특허청 직원이 사표를 냈습니다. 갑자기 사표를 낸 직원을 걱정한 청장이 물었습니다.
청장 : 갑자기 사표를 내다니, 어디 새로운 직장이라도 얻었나?
직원 : 예, 저기 대학교에서 교수로 와달라고 하는군요.
청장 : 예끼, 여보게, 농담 말게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발표하고, 학계의 인정을 받아 학계로 입성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17세기 뉴턴에 의해 고전 역학이 확립된 이래, 고전역학(뉴턴역학)은 물리학계에서 거의 '진리'로서 취급되어 왔습니다. 고전역학에 의해 속도와 가속도를 계산하고, 고전역학에 의해 탄도를 계산하고, 고전역학에 의해 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하는 등 고전역학을 빼놓고는 천문학과 물리학을 공부할 수 없을 정도였죠.
이를테면, 천왕성이 발견된 후 그 천왕성의 궤도가 뉴턴 역학으로 계산한 궤도와 불일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로부터 천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성의 궤도를 뉴턴역학으로 역산한 끝에 새로운 행성
해왕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뉴턴역학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쾌거였습니다. 이러한 물리학-천문학에서의 성공에 의해 물리학의 주류는 '뉴턴역학'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물리학의 주류에 도전한 것은 저명한 물리학 교수가 아니라, 불과
20대의 특허청 직원이었습니다. 1905년, 27세의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물리학 연보(Annalen der Physik)에 상대성이론의 기초가 된 여러편의 논문들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물리학계에서는 이 풋내기 물리학자도 아닌 특허청 직원의 논문에 열광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기 때문에 중력장을 통과하는 빛의 궤도가 휜다고 예측하였으며, 일식때 달에 가려진 태양 부근의 별들의 위치를 관측함으로써 알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식때 관측해본 결과 태양 주위 별들의 위치가 약간 바뀐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둘째, 뉴턴역학이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하던 부분(이를테면
수성의 원일점 이동현상 - 수성의 원일점이 뉴턴역학으로 계산했던 것보다 더 크게 이동하는 현상 - 등)을 상대성이론으로 깔끔하게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아인슈타인이 옳다는 것이 판명되자 학계의 원로 물리학 박사들도 새파란 특허청 직원을 동료로 인정해 줍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가열찬 투쟁을 할 필요도 없었죠.
지난 1980년대 이후 더이상의 창조론 관련 논문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론자들은 그 이유를 '진화론자들로 가득한 학계의 기득권 때문'이라 핑계를 대곤 하죠.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물리학자도 아니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논문은 학술지에 실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아마도
뉴턴역학을 신봉하는 물리학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논문 게제를 거절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상대성이론을 연구하려는 물리학자들을 과학계에서 추방해 버렸겠죠.
창조론자들이 주장하기에 창조론 진영에는 대표적인 김명현 박사(재료공학과), 고건 박사(전산학과) 뿐 아니라 수많은 생물학 박사들도 포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20대 특허청 직원도 깼던 기득권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창조론 논문이 발표되지 않는 이유는 '진화론의 기득권 때문'이 아니라 '학술적 가치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 사실 이 수성의 근일점 이동현상을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성의 궤도 안쪽에 아직 발견못한 행성이 있어, 이 행성과의 간섭에 의해 이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해왕성을 발견했을 때처럼, 수성 안쪽의 행성의 궤도를 계산하고 그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을 했죠.
그러나 그 새로운 행성은 절대로 발견되지 않았고, 반면에 상대성이론은 다른 행성 없이도 충분히 수성의 궤도를 설명할 수 있었으므로 상대성이론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