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 대폭발과 눈의 탄생

화석을 발굴하다보면 약 5억 4200만년 전, 캄브리아시기의 지층에서 갑자기 수많은 화석이 발굴됩니다. 그 이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화석이 캄브리아시기에 갑자기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것을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창조론자들에게 진화론을 부정할 좋은 소재가 되죠.

이렇게 짧은 시간1)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진화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캄브리아 대폭발이란 것이 빛이 바랜 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캄브리아시기의 화석 - 에디아카라 화석군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캄브리아기에 생물들이 대폭발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선캄브리아시기에도 이미 수많은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죠2)

단지 에디아카라 같은 선캄브리아기의 생물들은 거의가 연체동물이었기 때문에 화석화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캄브리아기에 들어 갑자기 화석화가 쉬운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들이 많아졌기에 생물군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캄브리아기에 들어 그렇게 갑자기 단단한 껍질이 생기기 시작했을까요?

과학자들은 그것을 눈의 탄생으로 봅니다. 그동안은 시각이 없는 상태에서, 동물들은 그냥 입안으로 들어오는 먹이를 먹기만 할 수 있었죠. 기껏해야 몸의 일부를 흔들어 물살을 만들어서 더 많은 먹이를 입으로 옮기는 행동 외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생기자 좀 더 적극적인 먹이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먹이가 있는 곳을 알고 그곳으로 움직이는 쪽이 더 많은 먹이를 먹고 더 많은 번식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따라 동물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진화압이 작용합니다. 눈으로 보고 쫓아가는 포식자, 눈으로 보고 자리를 피하는 피식자들이 진화적 우위를 점하고 진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껍질, 그 껍질을 깨부술 수 있는 이빨 등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단단한 구조를 가지게 되자 그제서야 화석으로 남는 개체가 많아지고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죠.

그 때문에 캄브리아기의 대표적인 생물인 삼엽충을 비롯해, 껍질을 가진 수많은 동물들이 나타났고, 그 결과 캄브리아 대폭발이라 불리는 수많은 화석이 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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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캄브리아기는 5억 4200만 년 전부터 4억 8830만 년 전에 걸친 약 5천만년에 걸친 기간입니다.  짧은 시간이라고 해 봐야 실제로는 수십만년~수백만년에 걸친 기간 동안 에 수많은 화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단지 지구 나이 45억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기에 대폭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죠.
2) 대폭발이란 현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1)에서 말한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의 증가를 말합니다.
생물이 생태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니치(niche)라고 합니다. 비어있는 니치(niche)에 생물이 진출한다면 그 생물은 그 위치에서 매우 빠른 진화를 하게 됩니다.
즉, 캄브리아 대폭발은 아니더라도, 최초의 생물이 탄생한 직후, 그때 생물학적 대폭발(물론 한순간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 이야기 - 우수한 형질은 반드시 진화한다?

한무리의 생물들이 있습니다. 이들 생물들이 번식하면서 아주 작은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이 돌연변이들 중에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깁니다. 즉 환경에 적합한 돌연변이가 무리 전체에 퍼집니다.
반면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 이들에 진화가 일어납니다.

즉 적합하지 않은 돌연변이는 도태하고 적합한 돌연변이들만이 남아 진화를 이룬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이 100% 맞는 말일까요?
만약 이 말이 맞다면, 돌연변이로 인해 망가진 사람의 비타민 C 유전자는 어떻게 도태되지 않고 남아 비타민 C를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진화가 일어난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인데, 진화란 주사위게임에 더 가깝습니다. 즉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확률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위에서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깁니다라고 했는데, 사실은 환경에 더 적합한 녀석들이 자연선택되어 더 많은 후손을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가 맞습니다.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이것 역시 정확히는 적합하지 않은 녀석들은 많은 후손을 퍼뜨리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큽니다가 맞죠.

무슨 소리냐구요?

한무리의 동물들 사이에서 투시력(clairvoyance)을 가진 돌연변이(A)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이 A는 엄청난 이점을 지니게 되었군요. 숨어있는 먹이, 숨어있는 천적 등을 쉽게 찾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 돌연변이가 무리 전체로 퍼져나가면 이들 무리 전체가 투시력을 가지는 진화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뿔사,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하필 화산지대 옆이었습니다. 그리고 A가 하필 화산 바로 옆에 있을때 화산이 폭발해 버렸네요. 쏟아지는 용암과 화산재에 휩쓸려 A는 제대로 번식도 하기 전에 죽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투시력을 가진, 엄청나게 적합한 돌연변이가 도태되어 버렸네요.


한편으로는 간에 있는 비타민 C 생성 유전자가 파괴되는 돌연변이(a)가 일어났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그들의 먹이는 과일 등 비타민 C가 풍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a도 당장 도태되지 않고 일부 수를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a들이 화산과 멀리 있을때 화산이 엄청 크게 터져 버렸습니다.



결국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a만 남고 모두 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어 원래는 도태되어야 할 부적합한 돌연변이가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진 않습니다. 주사위 게임으로 말하자면 적합한 유전자는 여러번 연속헤서 1의 눈이 나와야 도태될 수 있습니다. 부적합한 유전자는 여러번 연속해서 6의 눈이 나와야 진화될 수 있는 것이죠.

즉, 적합한 유전자가 도태되는 것, 부적합한 유전자가 번성하는 것 역시 (작은 확률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공통조상에 관하여...

창조론 이야기 - 원숭이가 사람된 것이 진화다?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원숭이가 공통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즉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은 약 650만년 전의 유인원이며

인간과 여우원숭이의 공통조상은 약 7500만년 전의 원숭이입니다.

이런 관계는 유인원(Primates)을 넘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과 쥐의 공통조상은 존재할까요? 유전자 분석과 화석 분석 결과는 약 9000만년 전의 포유류입니다.

인간과 개의 공통조상 역시 약 9500만년 전의 생쥐처럼 생긴 포유류인 것으로 확인되었죠.

인간과 코끼리의 공통조상은 약 1억 500만년 전의 포유류입니다.

이와 같이 유인원 사이의 공통조상은 약 7500만년 전에 존재했지만, 포유류 사이의 공통조상은 약 1억년 전에 존재했습니다. 즉 유연관계가 멀수록 공통조상은 더 먼 과거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간은 개보다는 쥐와 더 가까운 친척입니다. ㅡㅡ)


인간과 참새의 경우, 인간과 거북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들의 공통조상은 약 3억 2500만년 전의 파충류입니다.

다만 참새와 거북의 공통조상은 약 2억 7500만년 전에 존재했습니다.

따라서 포유류-조류나 포유류-파충류보다는 조류-파충류가 더 가깝다는 - 포유류가 갈라져 나온 후에 파충류와 조류가 갈라졌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인간과 연어(salmon)의 공통조상은 약 4억 3천만년 전의 물고기입니다.

역시 조류나 파충류보다 유연관계가 멀기에 공통조상도 더 먼 과거에 존재합니다.

척추동물이 아닌 무척추동물과의 공통조상, 더 나아가 소나무같은 식물과 인간의 공통조상 역시 존재할까요?

사람과 불가사리의 공통조상은 약 6억년전, 사람과 파리(fly)의 공통조상은 약 6억 3천만년 전의 생물입니다.



역시 이들은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라는 차이가 있기에 공통조상은 훨씬 더 과거에 존재합니다.

동물과 식물의 차이가 있는 인간과 소나무의 공통조상은 훨씬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약 16억년 전의 생물이죠.

이런 식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모두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으며, 유연관계가 가까울수록 그 공통조상은 가까운 과거에, 유연관계가 멀수록 먼 과거에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존 생물들 중 인간과 유연관계가 가장 먼(공통조상이 가장 먼 과거에 존재했던) 생물은 박테리아입니다. 자그마치 30억년 전 존재했던 단세포생물이더군요.

참고로 이 기사는 Tree of Life Explorer를 참고해서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