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된 후 화학전 전처리로 오염 제거

방사선 탄소 연대 측정법

여기서 어느 분이 이렇게 야외에서 톱질하는 것이 연구에 아무 상관 없다는 언급을 하시네요.

아무래도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새로 글을 팝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아무래도 님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오염이 된다고 해도 화학적 전처리를 통해 오염 이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화학자며 고생물학자들은 왜 그리 힘들게 시료를 밀폐하고, 깨끗한 실험실에서 처리할까요? 다른 화학자들은 화학적 전처리로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현장에서 저렇게 시료를 채취하는 간단한 일을 안하는 걸까요?

어떤 시료든 한번 오염되면 오염 전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어떤 화학적 전처리를 해도 [오염 전에 최대한 가깝게] 되돌릴 수는 있어도 [오염 전으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미리 오염 안되게] 조치(현장에서 밀폐, 깨끗한 실험실에서 외부 세척 후 내부시료 채취)하는 것이지, 저렇게 [오염된 후 화학적 전처리로 오염물질 제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님이 말하는 오염을 제거하기 위한 화학적 전처리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시료를 채취하기 전에 이미 오염되어 있을 때 - 이를테면 이미 오염되어 있을 것이 확실한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해야 할 경우 - 야 하는 것이죠. 물론 논문에는 [어떤 오염이 있었고 어떤 전처리를 했으니 감안하고 보라]는 식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본문제로 돌아와서

처음 발견된 화석은 이런 모습입니다. 회색의 화석 안에 극미량의 콜라겐(붉은색 점)이 존재합니다.

흙에 박혀 있는 이 화석 주위에는 온갖 유기물들로 가득차 있죠. 꽃가루, 박테리아, 동물들의 분변, 사람들이 흘린 땀 등....

이 상태로 톱질을 한다면 이런 상황이 됩니다.

편의상 크게 처리했지만 실제로 저것들은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어쨋든 저렇게 톱질을 하면 주위 유기물들이 톱에 딸려들어가 잘려진 모든 표면이 오염됩니다.

여기서 화학적 전처리가 문제인데, 어떤 화학적 전처리를 해도 오염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어요. 오로지 오염 이전으로 최대한 가깝게 돌아갈 수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이미 오염된 유기물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유기물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A와 B는 남아있는 오염된 유기물의 탄소, C와 D는 오염된 유기물의 탄소 + 극미량의 콜라겐 탄소가 측정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콜라겐은 극미량이기에 A, B, C, D 모든 시료에서 거의 비슷한 pMC값이 측정될 수 있습니다. 즉 모든 구획에서 동일한 pMC값이 측정되었다는 것이 실험이 정확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확한 실험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밀폐 후 실험실로 옮깁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외부의 유기물을 확실하게 제거합니다. 필요하다면 표면을 갈아서 제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후에야 톱질을 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A, B와 같이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서는 pMC값이 나오지 않습니다. 반면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는 C, D부분에서는 pMC값이 나오겠죠.

제대로 실험했다면 모든 구획에서 동일한 pMC값이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마기아로사우루스와 섬

20세기 초, 루마니아 서부지역(당시 헝가리 지역)에서 용각류 공룡화석이 발견됩니다. 용각류란 브라키오사우루스 등의 거대 공룡으로, 가장 큰 아르젠티노사우루스의 경우에는 몸길이 30m까지 나가는 공룡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발견된 공룡은 기껏해야 몸길이 6m, 키는 1.8m 정도의 미니 용각류 공룡이었죠.



그 때문에 처음에는 어린 용각류 공룡으로 추정되었으나 뼈의 성장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로는 이미 다 큰 성체였다는 것이 밝혀졌죠. 결국 이 Magyarosaurus(헝가리 도마뱀)은 가장 작은 용각류 공룡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용각류 공룡들이 그렇게 큰 몸집을 가지게 된 것은, 그 큰 몸집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어수단이었기 때문이죠. 몸길이가 20m에 가까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마치 지금 사자도 코끼리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마기아로사우루스는 이 방어력을 포기하고 왜 저렇게 작은 몸집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백악기 시절에는 섬이었습니다. 대륙의 환경과 섬의 환경은 다릅니다. 그 때문에 어떤 동물이 섬에 고립된다면 대륙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납니다. 특히 몸집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종종 관측됩니다.


1. 섬 왜소화(insular dwarfism 또는 island dwarfism)

보통 몸집이 큰 동물이 섬에 고립되었을 때 섬 왜소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섬의 제한된 공간 및 자원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자원을 조금 소모하는 방향 - 몸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납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는 피그미코끼리가 있습니다. 원래는 아시아코끼리였으나 보르네오라는 섬에 고립된 이후 섬의 제한된 먹이 때문에 몸집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가운데가 피그미코끼리

피그미코끼리뿐 아니라 현재는 멸종한 시칠리아섬의 난쟁이코끼리나 마다가스카르의 난쟁이하마 등등이 있으며 위에서 설명한 마기아로사우루스 역시 섬 왜소화의 한가지 보기입니다.


2. 섬 거대화(insular gigantism 또는 island gigantism)

몸집이 큰 동물이 섬에서 섬 왜소화 현상이 일어난다면, 몸집이 작은 동물의 경우는 반대로 섬 거대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작은 동물들의 경우에는 워낙 사용하는 자원이 적기에 섬의 제한된 자원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오히려 경쟁자의 부재(또는 감소)로 인해 더 많은 자원을 점유하여 몸을 키울 수 있죠. 이런 이유로 인해 작은 동물의 경우에는 섬 거대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캄브리아 대폭발과 눈의 탄생

화석을 발굴하다보면 약 5억 4200만년 전, 캄브리아시기의 지층에서 갑자기 수많은 화석이 발굴됩니다. 그 이전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화석이 캄브리아시기에 갑자기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것을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창조론자들에게 진화론을 부정할 좋은 소재가 되죠.

이렇게 짧은 시간1)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진화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캄브리아 대폭발이란 것이 빛이 바랜 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캄브리아시기의 화석 - 에디아카라 화석군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캄브리아기에 생물들이 대폭발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선캄브리아시기에도 이미 수많은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죠2)

단지 에디아카라 같은 선캄브리아기의 생물들은 거의가 연체동물이었기 때문에 화석화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캄브리아기에 들어 갑자기 화석화가 쉬운 단단한 껍질을 가진 생물들이 많아졌기에 생물군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캄브리아기에 들어 그렇게 갑자기 단단한 껍질이 생기기 시작했을까요?

과학자들은 그것을 눈의 탄생으로 봅니다. 그동안은 시각이 없는 상태에서, 동물들은 그냥 입안으로 들어오는 먹이를 먹기만 할 수 있었죠. 기껏해야 몸의 일부를 흔들어 물살을 만들어서 더 많은 먹이를 입으로 옮기는 행동 외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생기자 좀 더 적극적인 먹이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먹이가 있는 곳을 알고 그곳으로 움직이는 쪽이 더 많은 먹이를 먹고 더 많은 번식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에 따라 동물들 사이에서는 폭발적인 진화압이 작용합니다. 눈으로 보고 쫓아가는 포식자, 눈으로 보고 자리를 피하는 피식자들이 진화적 우위를 점하고 진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껍질, 그 껍질을 깨부술 수 있는 이빨 등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단단한 구조를 가지게 되자 그제서야 화석으로 남는 개체가 많아지고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이는 것이죠.

그 때문에 캄브리아기의 대표적인 생물인 삼엽충을 비롯해, 껍질을 가진 수많은 동물들이 나타났고, 그 결과 캄브리아 대폭발이라 불리는 수많은 화석이 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


1) 캄브리아기는 5억 4200만 년 전부터 4억 8830만 년 전에 걸친 약 5천만년에 걸친 기간입니다.  짧은 시간이라고 해 봐야 실제로는 수십만년~수백만년에 걸친 기간 동안 에 수많은 화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단지 지구 나이 45억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기에 대폭발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죠.
2) 대폭발이란 현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1)에서 말한 것처럼 한순간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의 증가를 말합니다.
생물이 생태학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니치(niche)라고 합니다. 비어있는 니치(niche)에 생물이 진출한다면 그 생물은 그 위치에서 매우 빠른 진화를 하게 됩니다.
즉, 캄브리아 대폭발은 아니더라도, 최초의 생물이 탄생한 직후, 그때 생물학적 대폭발(물론 한순간이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