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왜 파란가?

1980년대, KGB의 사주를 받은 독일 해커들이 미국 컴퓨터에 침입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해커들은 연구소 서버를 관리하고 있던 천문학자 '클리포드 스톨'에게 적발되었죠. 그는 수년간 추적한 끝에 FBI, CIA 및 독일 경찰들과 협력해서 이 해커들을 적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 이 '뻐꾸기알'이라는 책입니다.


여기서 해킹이나 보안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 책에서 주인공이 대학원 구두시험을 보던 경험을 적은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공부가 부족해서 어떻게 양자역학까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빛의 이원성까지는 이해가 됩니다만...

하지만 이 글에서처럼 애들이 물어볼만한 간단한 물음으로도 얼마든지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물론 그만큼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만 말이죠. 그런 깊은 지식이 없다면 그냥 '공기에 의한 빛의 산란 때문'으로 그치고 맙니다(기초지식조차 없다면 '신이 푸른 물감을 흘렸기 때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다윈의 '왜 모든 생물들은 이렇게 다양할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진화론은, 다윈시대 이후 깊어지는 생물학 지식과 함께 점점 확실한 이론이 되어 왔습니다. 이런 지식을 따라오지 못하는 광신도들만이 '하늘이 파란 이유가 신이 물감을 풀어서라니 그런 어이없는 말이 어디 있냐' 수준의 딴지를 걸 뿐이죠. 이를테면 S자 성장곡선도 이해하지 못하고 인구수를 논한다든가 중간화석이 뭔지 모르면서 중간화석이 없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무엇보다 '재료공학자의 생물학 강의'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시계나 비행기 등에 빗대서 진화를 이해하려 하는 것을 보면 생물과 무생물이 어떻게 다른지조차 모른다고 할 수 있죠.

늘 말하지만,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일반생물학뿐 아니라 분자생물학, 유전학, 고생물학 등의 생물학은 기본이고, 물리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도 필요하죠. 그뿐 아니라 수학이나 지질학, 인류학 등의 잡다한 지식이 많아질수록 진화론을 이해하기가 쉬워집니다.

'사람이 어떻게 생겨났지?'린 질문에 간단하게는 '유인원에서 진화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윗 글에서와 같이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겠나?'를 반복하면 생물학에서부터 고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은 물론이고 유전자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화학, 카오스 이론과 같은 현대물리, 대륙이동설 같은 지질학, 연대측정을 위한 핵물리학과 반감기를 설명하기 위한 양자역학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화론이 거짓이라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먼저 성경을 덮고 기초과학부터 다시 공부해 보시길 권합니다.